HVAC을 하겠다고 다짐하고.. 아침에는 회사 저녁에 일 끝나고 트레이드 스쿨을 다니면서 졸업하고 hvac 회사에 들어왔을 때, 내 포지션은 사실상 견습생이었다. 

1년 정도 인스톨이랑 서비스콜을 다녔고, 마지막 6개월은 롱비치 쪽 호텔 호텔과 컨트랙트를 맺어서 메인터넌스를 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었지,

프로젝트 전체를 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호텔이라는 공간도 그때 처음 제대로 봤다. 엔지니어들이 있긴 하지만 핸디맨에 가까운 일들을 많이 하고, 조금 깊게 들어가는 일은 외부 인력을 쓰는 구조 같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회사에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다며 공사 현장에서 일하게 됐다.
처음엔 그냥 아, 현장 하나 더 도는 건가 싶었는데 느낌이 좀 달랐다.

어느 순간부터 “여기 매일 나와라”는 식이 되었고, 나는 혼자 그 현장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가면 누가 어디서 무슨 작업을 하는지부터 봐야 했고, 나는 그걸 하나씩 물어보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도면은 읽을 줄 알았다. 신기하게도 따로 공부 안 했는데 보면 그냥 읽히는 느낌이라 크게 어렵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근데 서브미탈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양도 많고, 캐드 그림은 어느 면이 앞인지 옆인지 감이 안 잡힐 때도 많았고, 그게 실제 유닛 위치 판단에서 실수로 이어지기도 했다.
도면을 읽는 거랑, 서브미탈을 보고 실제 시공 판단을 하는 건 명백한 일추가… 다른 능력이라는 걸.

거기에 RFI revision 한 줄로 현장 조건이 갑자기 바뀌는 것도 생각보다 자주 봤다.
“이 한 줄 때문에 이게 이렇게 바뀐다고?” 싶은 순간들이 꽤 있었다. 그리고 조율 다 끝났는데 한마디 하는 사장까지 더블스택 제대로.

문제는, 이걸 누가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거다.
나는 그냥 혼자 매일 출근해서 뭘 해야 하는지부터 찾아야 했다.

현장에 가면 일단 오늘 누가 뭘 하고 있는지부터 보고, 그다음은 그냥 계속 물어봤다.

다른 트레이드들한테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그걸 이어서 다음 작업을 진행하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생각해보면그때 초기에는 민폐와 초면 사이에 바가 있다면 민폐덩어리 언저리쯤 가까웠다

사람한테 말 거는 것도 부담스러웠는데 (나는 참고로 제일 I에 속한다는 그 I계열에 들어가있는 뼛속까지 I인 사람인데) 계속 물어봐야 일이 굴러가니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 3개월쯤 지나니까 회사에서 갑자기 나보고 PM이라고 했다.
연봉도 올라갔다.
느낌이 좀 이상했다.
뭔가 준비돼서 올라간 게 아니라, 정글에서 3개월 정도 버티고 있었더니

갑자기 “너 이제 리더”라고 불린 느낌이었다.

근데 문제는 직함이 바뀐다고 해서 환경이 바뀌는 건 아니었다.
여전히 같은 현장이었고, 여전히 혼자였고, 여전히 모르는 게 더 많았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더 많이 돌아다니고, 더 많이 물어보고, 더 많이 읽기 시작했다. 실수하면 안된다는 생각하에...

밤에 도면 다시 보고, 400장에 가까운 도면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서브미탈 다시 보고, 내가 놓친 게 뭔지 하나씩 체크하면서 내가 지금 뭘 해야 하는 사람인지 조금씩 만들어갔다.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원래 이 업계가 이런 건지, 아니면 내가 좀 특이한 루트를 타고 있는 건지.

보통은 2~3년은 더 굴리고 PM을 시키지 않나 싶은데, 나는 어프렌티스 1년 정도 하고 6층 호텔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지금 생각해도 좀 어이가 없는 그림이긴 하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있다.
나는 준비돼서 PM이 된 게 아니라, 버티다 보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는 거.
그리고 그때부터는 누가 역할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내가 역할을 만들어야 하는 단계였다는 거.

이게 맞는 방식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타는 핫 요가 후기  (0) 2026.04.03
LAX에서 우버 불렀다가 40분 날린 이유  (0) 2026.04.0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