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해 결국 운동 앱도 플랫폼 형태로 변하여 인간의 노동력을 값싸게 제공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원하는 운동 클래스를 아무 때나 들을 수 있는 앱이 나왔으니 근 일 년간 안 하던 운동을 친구를 따라서 시작하였는데 어느 날 뜨거운 방에서 하는 요가를 같이 해보자는 제안에 운동에 재미가 들린 나는 멋도 모르고 따라가서 뜨거운 밤을 보내고 오게 된다.
참고로 나는 요가, 필라테스를 해본 적이 없다.
성질이 개 같아서 나는 뜨거운 것을 무척 싫어한다. 사우나 극혐함
핫 요가에서 필요한 매트와 수건이라고 해서 아 땀이 좀 많이 나나 보군 싶어서 작은 수건을 가지고 갔는데 매트에 까는 수건이더라고... 나만 도도하게 얼굴만 내내 닦았지 뭐람.
옆에 앉은 흑인 여자는 뜨거운 방 안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셨는지 아마도 주마등을 스쳐 지나가셨는지 방안이 뜨거워져서 정신이 혼미해졌는지 어릴 적 한 번쯤은 가봤을법한 교회가 많이 그리우셨는지 운동 세트가 끝날 때마다 아멘을 외치셨고 과거에 성가대도 한자리 차지하셨었는지 으흠, 아예 같은 추임새도 운동세트가 끝날 때마다 넣어주셨다. 나머지 절반은 미래를 지나고 오셨는지 부처님의 합장 자세를 취하고 계셨다.
중간에 요가하다가 누군가가 '악' 했는데 그 사람도 운동하다가 더우니까 빡쳤는지 빡침의 악이었다. 그 사람도 소리 질러놓고 당황한 듯. 사람 다 같군.
선생님 옆 자리를 차지한 열정 가득한 외국인 여자분은 열정만 가득했었는지 절반쯤 지나자 얼굴과 몸의 앞부분을 매트에 밀착시키고 일어나지 않으셨다. 친구한테 저 여자분이 기절한 것 아니냐고 말했고 친구는 가서 한번 쳐보고 오라고 했으나 처음 온 클래스에서는 눈에 띄어서 관심 학생이 되거나 회사와 매우 가까워 어쩌면 지속적으로 올 가능성이 있는 클래스였으므로 자제했다.
요가 클래스는 원래 이렇게 진행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선생님의 동작을 따라 하는 운동을 선호한다. 하지만 선생님은 높은 구름 위에 올라서 뒷짐을 지고 세상을 둘러보는 공자처럼 은은한 웃는 얼굴로 말로 아기 자세! 고양이 자세! 발사! 이러시는데 좀 많이 당황스러웠다. 근데 그 당황스러움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곁눈질로 다른 사람들을 지켜본 결과 그 사람들도 어떻게 하는지 몰랐는지 다들 개썅마이웨이를 걷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중간부터는 선생님이 방의 동서남북을 찍으시며 현란한 아령 스텝을 보여주셔서 중간부터는 다들 헤매는 것 같지 않았지만 기절한 외국인은 누워있다가 합장 자세를 취하며 시간을 보냈다. 역시 세상은 열정만으로는 살 수 없지
끝나기 오 분 전쯤에 누워있었더니 두개골이 쪼개질듯한 차가운 물에 적신 수건을 줬는데 그 수건을 눈 위에 올려놓고 있다가 수건을 펴서 얼굴에 감싸서 벌떡 일어나던 사람들은 방도 어두웠는데 엑소시스트의 한 장면 같았어.
끝나고 나서 온 몸이 젖어서 운동 효과는 끝내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하지만 이 상태로 차를 탈 수 없을 것 같아서 회사에서 입던 옷으로 다시 갈아입어서 찝찝함과 스트레스가 배가 되었고 건물을 나오니 핫 요가는 핫플레이스에 존재해야만 하는 건지 건너편에는 술집과 일본 레스토랑들의 성지 골목이었다. 여기는 열정만으로 올 수 있는 공간이 되지 못했다.
+ 다른 곳에서 핫 요가를 다시 들어봤다.
위에 적었던 저 핫 요가의 방이 심각하게 뜨거웠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다시는 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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